고대 로마라고 하면 거대한 콜로세움과 도로, 수도교, 군단, 정교한 법률과 행정 제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오늘은 로마 12면체(Roman Dodecahedron), 1,700년 전 로마인들은 구멍 뚫린 청동 물체를 어디에 사용했을지 알아 볼 예정입니다.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생활과 전쟁, 정치와 종교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우리는 약 2,000년 전 로마 사회에 대해 상당히 많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록이 풍부한 로마 세계에서 이상하게도 누구도 정확한 용도를 설명하지 못하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에 열두 개의 오각형 면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면 중앙에는 크기가 서로 다른 둥근 구멍이 뚫려 있으며, 스무 개의 꼭짓점에는 작은 둥근 돌기가 달려 있는 물체입니다. 내부는 비어 있고 대부분 구리 합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로마 12면체(Roman Dodecahedron)’ 또는 발견 지역의 특징을 반영해 ‘갈로-로마 12면체(Gallo-Roman Dodecahedron)’라고 부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례는 130여 점에 이르지만 놀랍게도 로마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오늘날의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등 과거 로마 제국의 북서부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로마 시대의 문헌이나 벽화, 모자이크, 조각 등에서 이 물건을 사용하거나 설명한 확실한 기록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이 물건의 용도를 추적해 왔고 거리 측정기, 측량 도구, 촛대, 주사위, 천문 관측 도구, 장갑을 뜨기 위한 도구, 종교 의식용 물건, 점을 치는 도구 등 수많은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가설도 모든 12면체의 특징과 발견 환경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2023년 영국 링컨셔의 노턴 디즈니(Norton Disney)에서 거의 완전한 상태의 12면체가 정식 발굴 과정에서 발견되면서 이 미스터리는 다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약 1,700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이 물건은 매우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었지만 뚜렷한 사용 흔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은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청동 물체를 왜 제작했을까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였다면 왜 크기와 규격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종교적인 물건이었다면 왜 로마의 문헌과 미술 작품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을까요? 로마 12면체는 우리가 고대 로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직도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고학 유물입니다.

열두 개의 면과 서로 다른 구멍, 로마 12면체는 어떻게 생겼을까?
로마 12면체의 모습을 처음 보면 현대인이 만든 정밀 기계 부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독특합니다. 기본 구조는 이름 그대로 열두 개의 오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정십이면체와 비슷합니다. 각각의 면 중앙에는 원형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는데 중요한 특징은 구멍의 크기가 모두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구멍은 상당히 크고 어떤 것은 작으며 구멍 주변에는 동심원 형태의 장식이 새겨진 사례도 있습니다. 꼭짓점에는 둥근 돌기가 붙어 있어 바닥에 놓으면 몸체가 직접 닿지 않고 돌기가 받침 역할을 하는 형태가 됩니다. 내부는 비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구리 합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크기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골프공 정도의 작은 것부터 테니스공에 가까운 크기의 사례까지 차이가 있고 무게와 구멍의 지름 역시 제각각입니다. 이 점은 로마 12면체의 용도를 추정할 때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만약 이것이 로마군이나 측량사가 사용하는 표준 측정 장비였다면 어느 정도 규격이 통일되어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견품들은 크기와 무게, 구멍의 크기와 배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만든 물건도 아닙니다. 복잡한 다면체 구조를 속이 빈 금속 물체로 제작하려면 상당한 주조 기술이 필요합니다. 당시 구리 합금 자체도 가치 있는 재료였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많은 금속과 노동력을 사용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발견 지역입니다. 로마 12면체라고 부르지만 로마 제국 전체에서 골고루 발견되는 물건은 아닙니다. 발견 사례의 대부분은 제국 북서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지역에서 많은 사례가 알려져 있습니다. 브리타니아, 즉 오늘날 영국에서도 수십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로마 제국의 핵심 지역이었던 이탈리아를 비롯해 지중해 남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같은 유형의 유물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알려진 사례가 130점을 넘어섰으며 압도적인 비율이 로마와 켈트 문화가 접촉했던 북서부 지역에서 발견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자는 이것을 단순한 ‘로마인의 물건’이 아니라 로마 문화와 갈리아·게르만 지역의 토착 문화가 만나면서 만들어진 물건으로 보기도 합니다. 사용 시기는 대체로 서기 2세기 이후에서 4세기 무렵에 집중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즉 로마 제국이 북서부 속주를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현지 문화와 로마 문화가 깊게 섞이던 시대입니다. 여기에서 첫 번째 중요한 질문이 등장합니다. 만약 로마 12면체가 로마군 전체가 사용하는 군사 장비였다면 왜 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을까요? 반대로 갈리아나 브리타니아 지역의 특정 문화적 전통과 관련된 물건이었다면 북서부에 집중된 분포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용도를 알려줄 기록이 없다는 것입니다. 로마인들은 군사 장비와 건축, 측량, 농업, 의학, 종교에 관한 상당한 기록을 남겼지만 현재까지 12면체와 확실하게 연결할 수 있는 문헌이나 그림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로마 12면체 미스터리의 핵심입니다. 물건은 남아 있는데 설명서가 사라진 것입니다.
거리 측정기부터 장갑 뜨개질 도구까지, 가장 유명한 가설들은 맞을까?
로마 12면체의 용도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가 거리 측정기 또는 군사용 거리 계산 장비라는 가설입니다. 각각의 면에 서로 다른 크기의 구멍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마주 보는 두 구멍을 통해 특정 물체를 바라보면 거리나 크기를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현대의 간단한 광학식 거리 측정기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로마군이 포병이나 공성 무기를 사용할 때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등장했습니다. 얼핏 보면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문제는 유물마다 크기와 구멍의 지름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밀한 측정 장비라면 사용자가 계산할 수 있도록 눈금이나 숫자 같은 기준 표시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12면체에서는 그런 표시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측량이나 거리 측정 가설만으로 모든 사례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천문 관측 도구 또는 달력이라는 가설입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구멍을 통해 태양의 각도를 관찰해 계절이나 날짜를 계산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파종과 수확 시기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도구가 필요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12면체마다 구멍의 크기와 배열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물건으로 정확한 천문 관측을 수행했다면 각각의 물체에 별도의 계산 체계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촛대라는 가설입니다. 일부 12면체에서 왁스와 관련된 흔적이 보고되면서 구멍에 초를 꽂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구조적으로도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작은 촛대를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물에서 왁스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며 왜 촛대를 굳이 제작하기 어려운 12면체 형태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네 번째는 주사위나 게임 도구라는 가설입니다. 열두 개의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숫자나 결과를 결정하는 게임에 사용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꼭짓점마다 돌기가 튀어나와 있어 현대의 주사위처럼 자연스럽게 굴러가기 어렵고 면에 숫자를 의미하는 일관된 표시도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뜨개질 도구라는 가설입니다. 현대에 복제품을 이용한 실험에서 12면체의 구멍과 돌기를 이용하면 손가락 부분이 일정한 크기로 좁아지는 편물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크게 알려졌습니다. 특히 로마 군인들이 추운 북유럽에서 장갑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 결합되면서 상당히 유명한 가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고학적으로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합니다. 복제품으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과 고대인이 실제로 그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값비싼 금속과 복잡한 주조 기술을 이용해 뜨개질 도구를 만들어야 했는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실제 사용 도구였다면 실이나 반복적인 마찰로 생긴 흔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지만 많은 12면체에서는 그런 마모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왁스를 일정한 형태로 성형하는 도구였다는 실험적 가설처럼 새로운 기능적 설명도 계속 제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확정된 해답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복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고대 유물 자체에서 그 용도를 증명할 흔적이 발견되는가’입니다. 로마 12면체 연구가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구멍과 돌기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수많은 기능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를 확정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실용적인 도구가 아니라 종교와 의식을 위한 물건이었을까?
최근 로마 12면체를 연구할 때 특히 주목받는 방향 가운데 하나는 이 물건을 단순한 실용 도구가 아니라 종교적·의례적 물건으로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제작 난이도입니다. 12개의 면과 20개의 꼭짓점을 가진 속이 빈 금속 물체를 정교하게 주조하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숙련된 금속 장인이 필요하고 상당한 양의 금속과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물건에서 반복적인 작업 도구에서 예상할 수 있는 뚜렷한 마모가 적은 경우가 있다는 점은 의문을 남깁니다. 두 번째는 크기와 형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측정기나 군사 장비라면 일정한 규격이 중요하지만 상징적 물건이나 의식용 물건이라면 반드시 크기가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각 지역이나 제작자, 소유자의 필요에 따라 크기와 장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발견 지역입니다. 로마 12면체가 로마 제국 전체가 아니라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브리타니아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지역적인 종교 또는 문화 전통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로마 제국은 정복 지역의 모든 신앙을 없애고 로마식 종교만 강요한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현지 신들이 로마 신들과 결합하거나 지역 전통과 로마식 의례가 섞이는 일이 흔했습니다. 따라서 로마 12면체 역시 로마와 켈트 문화가 만난 지역에서 나타난 특별한 의례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점을 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사용했다는 가설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고대 로마 사회에서 점술과 징조의 해석은 정치와 군사,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2개의 면이나 구멍을 이용해 특정 결과를 해석했을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직접적인 문헌 증거가 없어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논쟁에서 특히 중요한 발견이 2023년 영국 링컨셔의 노턴 디즈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현지 고고학 단체의 발굴 과정에서 매우 완전한 상태의 12면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약 8cm 크기의 이 유물은 구리 합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영국에서 발견된 사례 가운데서도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고고학적 위치에서 전문적인 발굴 과정 중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래전에 발견된 로마 12면체 상당수는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유물과 함께 나왔는지 기록이 부족합니다. 어떤 것은 골동품 시장이나 오래된 수집품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에 원래의 고고학적 맥락을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턴 디즈니 유물은 약 1,700년 전 퇴적된 장소와 주변 유물을 함께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유물은 4세기 로마 시대 도자기와 관련된 층위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추가 발굴도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의도적인 매장이나 종교적 행위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후속 조사에서 명백한 의례적 매장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점이 중요합니다. 고고학에서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증거가 어디까지 말해주는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종교적·의례적 용도가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로마 12면체는 종교 도구였다’고 확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같은 형태의 물건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특정 의례에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상징적인 장식품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특정 직업이나 집단만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로마 문헌에는 기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로마인들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잊어버린 물건
로마 12면체의 미스터리가 특별한 이유는 이 유물이 매우 낯선 문명의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로마의 황제 이름을 알고 군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으며 도시의 수도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연구할 수 있습니다. 로마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병사들이 얼마의 급여를 받았는지까지 기록을 통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여러 지역에서 100점이 넘게 발견된 독특한 물체 하나의 용도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고고학이 가진 흥미로운 특징을 보여줍니다. 어떤 물건은 수천 년 동안 완벽하게 살아남아도 그것을 둘러싼 ‘사용법’이 사라지면 의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키보드나 리모컨, 특정 공구가 2,000년 뒤 발견되었는데 설명서와 사진, 문서가 모두 사라졌다면 미래의 고고학자는 그것을 전혀 다른 용도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로마 12면체 역시 당시 사람들에게는 전혀 신비로운 물건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지역 사람이나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는 순간 용도를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지식이 기록되지 않았거나 기록이 살아남지 못하면서 오늘날에는 수많은 가설만 남았습니다. 특히 이 물건이 로마 제국 북서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로마의 중심부가 아니라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브리타니아처럼 로마 문화와 현지 문화가 섞이던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다는 것은 12면체가 제국 전체의 보편적인 물건이 아니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로마 문명’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버린 세계가 실제로는 수많은 지역 문화가 공존했던 복잡한 사회였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로마 시민이면서 동시에 갈리아의 전통을 유지한 사람, 로마군에서 복무하면서 현지 신을 숭배한 사람, 로마식 도시에서 살면서 지역 고유의 의식을 이어간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로마 12면체가 바로 그런 문화적 경계에서 탄생한 물건이었다면 로마 문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가설입니다. 거리 측정기였다는 주장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천문 도구와 촛대, 게임 도구, 제작용 틀, 의례용 물건이라는 가능성도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를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답이라고 선택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고학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는 유물이 발견된 정확한 장소와 주변 환경, 표면에 남은 미세한 사용 흔적, 함께 발견된 다른 물건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턴 디즈니에서 발견된 완전한 12면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정식 발굴을 통해 정확한 위치가 기록되었고 주변의 로마 시대 유물과 함께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조건으로 새로운 12면체가 발견된다면 서로의 발견 환경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여러 12면체가 신전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의례용 가설이 강해질 것이고 군사 시설에서 특정 장비와 함께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군사용 도구라는 설명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업장이나 생산 시설에서 특정 재료와 함께 발견된다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제작 도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로마 12면체의 정체를 밝혀줄 열쇠는 이미 발견된 물건의 모양보다 앞으로 발견될 ‘맥락’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약 1,700년 전 누군가는 상당한 비용과 기술을 들여 이 정교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가지고 다녔고 사용했으며 어떤 이유로 땅속에 남겼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열두 개의 면과 서로 다른 크기의 구멍이 왜 필요한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건만 살아남고 그 사용법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로마 12면체는 오늘날까지 고고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를 남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추천 순서에 따라 ‘세계의 기묘한 고고학 유물 ② 네브라 하늘원반(Nebra Sky Disc), 3,600년 전 청동 원반은 인류 최초의 천문 지도였을까?’를 주제로, 독일에서 발견된 청동 원반 위의 태양과 달, 별처럼 보이는 금 장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계절을 기록한 천문 도구라는 해석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그리고 이 유물이 청동기시대 유럽인의 천문 지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